고양이 일기 1
마당에 가끔 놀러오는 냥이들이 있긴했는데요..
이친구도 자주 오더니 이사갔는지
몇년째 안보이고..
몇몇 고양이들도 오다가 약속이라도 한듯
발걸음을 뚝 끊었는데..
몇주전 부터 이 친구가 오기 시작한거에요..
하루 걸러 한번쯤 오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절 보자마자 도망가던 녀석이 하루는
하악 하면서 이빨을 들어내는거 있죠? --
아니 내가 뭘 왜 ;;;;
억울(?)했지만 고양이에게 따질순 없는노릇이니
이또한 그려려니 했는데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더군요.
그러니까 하악의 의미는
" 닝겐 나 새끼 낳았으니 근처에 오지마라! "
이런 경고의 뜻이 아니였나싶었습니다.
화단 가장 구석진곳 향나무 가지를
쌓아두면서 생긴 동굴에 사는 녀석들..
아.. 그럼 우리집에서 새끼를 낳았나?? 싶었는데
어쩔땐 특식(캔)을 뜯어놔도 다음날이
되도록 건들지도 않는걸보니
우리집을 비롯해 몇몇 군데 거처를 계속
순회하며 생활하는것 같았습니다.
마당을 보니 마침 밥을 먹고 있길래
찍어 보았는데요..
새끼는 두고 어디론가 혼자 가버리는 어미 --
방충망을 조심조심 열고 밥먹는 새끼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상당히 경계하면서 식사를 하는 녀석..
그런데 계속.. 적어도 이틀에 한번 이상은
먹이를 주니까 말이죠..
도망가다가도 물 갈아주고 사료 붓고 하는
제 모습을 멀리서 어미가 몇 번 봤거든요~
저역시 고양이를 힐끔 보며..
이 모습그대로 난 위험한 사람이 아니야~
라고 봐주길 바랬습니다.
아침 출근할땐 제차 옆에 자주 앉아 있는거 있죠?
제차 차타러 운전석 쪽으로 오는걸 알텐데..
길고양이와 저 사이에 제법 거리가 가까운데도
도망가지 않고 저를 바라보는 녀석
차 문을 열고 짐을 넣은후 다시 내려서
물 갈아주고 사료를 부어주고 했어요..
그리곤 다시 차에 타서 창문을 열고 몇컷 찍는
동안에도 도망가진 않더군요..
자기 밥을 주는걸 자주 봐서 그런지몰라도
제가 그리 위험하지 않고 쓸만한 닝겐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그러고 보니 이날 눈인사도 받아주긴했어요.
제가 10번 해야 한번 해줄까 말까 이긴했지만
그래도 눈인사에 반응을 해줬다는게 기뻤습니다 ㅎㅎ
저의 최종 목표는 이렇게 천천히라도 친해진뒤
집에서 기르진 못해도 가끔 쓰다듬을수 있는
마당냥이 정도로 발전시키는거에요.
겨울철엔 보일러실 문아래 작게 통과할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서 최소한 떨면서
지내진 않도록 해줄순 있거든요.
그런데 모르겠네요.. 이 친구 이전에도
먹이를 꾸준히 주면서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던
녀석들도 한 3미터 정도를 기점으로 떠나버려서
이제까지 한번도
길냥이를 만져본적은 없답니다.. ^^;;
여기서 더 친해지면 2탄을 쓸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