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발단
2023년 2월 10일 자전거 도로 주행 중 인도에 있던 강아지가 달려들어
낙차 한 사고가 있었고 견주 아주머니는 사과의 뜻만 밝힐 뿐
어떠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려 하여 112 신고를 하였습니다.
(그냥 떠나시면 나중에 문제 될 수 있으니 경찰에 같이 물어보자고 설득)
출동한 경찰에 의해 위험물 관리소홀로 5만원 경범죄 스티커를 끊었으며
후에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시청민원을 넣어 목줄 미착용 과태료
20만원이 발부됐어요.
여기서 잠깐!
1-2. 한 가지 사고인데 중복 처벌은 안된다?
현장에서 발부한 스티커는 경범죄 처벌법이고 시청에 적용된 건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입법 취지가 다른 두 법의 조항을 각기 적용할수 있었음
1-3. 아직 가해자 신상은 모르는 상황
민원을 접수한 시청에서 파출소에 공문을 요청하여 발부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주머니 신상은 모르는 상태임
1-4 피해상황
당근에서 12만원 주고산 자전거는 애당초 흠집이 많았고 그게 조금 늘어난 정도이고
입고 있던 옷도 낡아서 그냥 버려도 무방한 수준이며
갈비뼈가 욱신거렸지만 병원에선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여 전체 피해는 경미했음
1-5 현 상황
아주머니 입장에선 범칙금과 과태료를 받았지만 민사로는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음
2.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주머니의 주소는 물론 성함이나 연락처도 알 길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었는데요.
일단 경찰서에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소를 제기할 땐 주소나 연락처 중 하나는 아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생판인 분과 분쟁이 생겼으며 자도에 cctv가 있을리 전무함 ㅠㅠ)
3. 정보공개청구
경찰서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112 사고처리 내역서상 가해자 정보는
가려진 상태로 제공되더군요.
그사이 유튜브를 보며 공부한 결과 피고를 특정하지 않아도 심지어 성명은 xxx
주소는 불명이라고 입력해도 소장은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4. 처음 써 본 소장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불필요한(개인적인 감정 등등) 사항은 배제하고 소장 예시를 큰 틀로 잡은 뒤
어려운 단어 쓸 필요 없이 누가 읽어도 이런 식으로 진행됐고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작성했으며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사진자료를 첨부했어요.
(전자소송 유튜브 몇 개 보면 맛집 후기 올리듯 쉽게 작성할 수 있습니다!)
5. 참여관용 보정명령서?
드디어 법원에서 첫 번째 전자우편이 왔습니다. 내용인 즉,
소장이 접수된 3월 28일부터 나흘 안에 공란으로 되어있는 피고 정보를
보정하라는 명령서로 이때부터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해당 소에 대한
사실 조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하는 걸 몰라 보정명령서를 프린트해 파출소로 찾아갔던... -_-)
6. 사실조회 또 어떻게 하는 거죠?
게임에 새로운 던전이 열리듯 사실조회란이 활성화되었고 해당 사건번호클릭
(저야 소송이 하나지만 여러 개 진행중 일수도있죠) 후 작성해야 하는데요.
조회대상은 당시 출동했던 파출소이고 피고를 특정하지 못해 소장부본을 송달하지
못하고 있으니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쓰면 됩니다. <-라고 유튜브에 다 나옴.
그런데 실제우편으로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법원에서 파출소로 보내고 다시 파출소가 법원으로 답장한 뒤 저에게 보내줌)
7. 기간 좀 늘려주세요
정해진 보정 기일이 다돼 가서 초초하던 찰나 보정기한 연장신청서란게 있더군요.
내용은 길게 쓸 거 없이 아직 정보가 미흡하니 기한을 늘려주시면 보정하여
제출하겠습니다 하고 쓰시면 됩니다.
(연장 없이 기한을 훌쩍 넘기면 소송 자체가 취소될 수 있다니 주의!)
8. 사실조회회신
저 혼자 정보공개 했던 때와 다르게 피고 정보가 나오는 112 사고처리 내역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여전히 주소는 모르는 상황인데요.
이제 연락처(핸드폰)는 알았으니 이걸 토대로 다시 사실조회를 하면 됩니다.
9. 2번째 사실조회
자.. 다시 사실조회 메뉴에서 사건번호 입력하고 이번엔 경찰서가 아닌 통신 3사 본사로
각각 사실조회를 합니다. 해당 번호를 쓰는 사람이 가입자라면 (소장송달을 위해)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으로 보냈어요.
가입자가 아닌 경우 "그런 사람 없어요" 하고 답장이 빨리 오지만 맞으면 되려
며칠 늦는다고 하던데 정말 딱 한 군데가 지연되더니 우리 가입자 맞으며
주소는 뭐뭐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3사로 안 나오면 알뜰요금제에 해야 하는데 종류가 많아서 좀 골치 아프다네요
다만 알뜰도 규모가 큰 몇 개가 있어서 그거부터 순차적으로 해본답니다)
10. 주소보정서
이제 공란으로 되어있던 피고 주소를 알았으니 소장을 보낼 수 있겠죠?
주소보정서 메뉴를 누르고 주소입력 후 완벽해진 줄 알았는데..
법원에서 다시 보정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왜??)
통신사를 통해 주소를 제공받았으나 더 정확한 파악을 위해 발급한 지
1달 이내의 피고 주민등록초본을 첨부하라는 내용이었어요.
당연한 거지만 타인의 초본을 제가 무턱대고 떼 달라 할 순 없고
보정 명령서를 프린트해서 주민센터에 제출하여 진행했어요.
(명령서에 피고의 초본을 떼 달라고 법원명령이 쓰임)
11. 당사자표시정정서
첫 작성당시엔 피고 성함을 몰라 xxx으로 표시해 놨으니 이 부분도
올바르게 고치는 정정서를 신청하면 처리됩니다.
이후 법원에서 명령서가 하나 더 온 게 있는데 그건 저보고 뭐 하라는 게
아니라 피고가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니 그중에 정확히 어딘지 주민센터에서
방문하여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어요.
12. 답변서
소장은 폐문부재로 반송된 이후 두 번째 송달 때 도달됐고 5월 8일
피고의 답변서가 등록되어 읽어보니 피해를 준건 인정하나
손해배상액(100만원)이 부당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3. 조정회부결정
그렇게 재판 기일만 잡히면 되는가 싶었는데 법원에서 본 사건을 조정하기로 결정했어요.
(조정은 피고나 원고가 신청 안 해도 법원에서 판단하여 진행하기도 한다네요)
그럼 진행 중인 소는 중단되고 별도의 사건 번호가 부여된 조정건으로 넘어는데요.
실제로 소송사이트에 로그인해 보니 사건번호(조정회부)가 하나 더 생겼더군요.
물론 합의 안되면 다시 본래 소송건으로 복귀하게 되고요.
14. 끝
6월 21일 법원 조정실에 가보니 조정위원 두 분이 계셨는데 상황에 따라 피고 원고
모두 동석해서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한쪽이 잠시 나가는 식으로 진행되었고
제가 30만원 의사 밝힌 걸 아주머니가 수용하면서 조정됐습니다.
해당 내용은 문서화돼서 양측이 사인하였고 이는 판결문과 같은 효력을 지녀 사건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거죠.
(처음 소송을 하느라 들인 노력이나 시간은 공부한셈 치고...)
15. 소액전자 소송 소감
전자소송인만큼 법원에 가지 않고 커뮤니티에 글 쓰듯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생소한 언어들이 나와 막막한 점도 있긴 했어요.
앞서 언급한 대로 유튜브나 네이버 카페 가보면 정보가 많으며 법률적 조언을 제외한
소송과정에 대한 설명은 법원에 전화하시면 아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소송비용이 6만원 정도 들었으니 실제로 받은 합의금은 24만원 정도지만
피해산정에 개인적 노력이나 들인 시간은 잘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정위원의 말에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서 크게 개의치 않았고요.
저의 경우 피해 사실이 명확하여 다툴여지 없이 얼마를 보상해 주냐의
간단한 문제였던 건 맞습니다.
다만 혼자서는 어려울 것 같고 변호사를 쓸만한 사건도 아니라는 이유로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많으신 거 같아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도 있듯 자기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느꼈던 우당탕탕 소송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