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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해본 우당탕탕 전자소송기

국방타마마 2023. 6. 23. 14:12

1. 사건의 발단

2023년 2월 10일 자전거 도로 주행 중 인도에 있던 강아지가 달려들어

낙차 한 사고가 있었고 견주 아주머니는 사과의 뜻만 밝힐 뿐

어떠한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려 하여 112 신고를 하였습니다.

 

출동한 경찰에 의해 위험물 관리소홀로 5만원 경범죄 스티커를 끊었으며

후에 동물복지법 위반으로 시청에 신고하여 개 목줄 미착용 범칙금

20만원이 발부됐어요.

 

2.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민 끝에 소액민사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아주머니의 주소는 물론

성함이나 연락처도 알 길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었는데요.

(대부분 상대방 주소나 연락처 중 하나는 아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쌩판 모르는 지나가던 분과 분쟁이 생겼으니 -_-)

 

3. 정보공개청구

경찰서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가해자 정보는 가려진 상태로 제공되더군요.

그사이 유튜브를 보며 공부한 결과 피고를 특정하지 않아도 소장을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4. 처음 써 본 소장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

불필요한(개인적인 감정등등) 사항은 배제하고 소장 예시를 큰 틀로 잡은 뒤

어려운 단어 쓸 필요 없이 누가 읽어도 이런 식으로 진행됐고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작성했으며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했어요.

 

5. 참여관용 보정명령서?

소장이 접수된 3월 28일부터 나흘 후 알 수 없어 공란으로 되어있는 피고 정보를

보정하라는 명령서가 왔어요. 이때부터 전자소송 사이트에서

사실조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6. 사실조회

대상은 당시 출동했던 파출소이고 피고를 특정하지 못해 소장부본을 송달하지

못하고 있으니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쓰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우편으로 주고받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7. 기간 좀 늘려주세요

정해진 보정 기일이 다돼 가서 초초하던 찰나 아직 정보가 미흡하니

미뤄주시면 보정하여 제출하겠다는 보정기간 연장 신청서를 냈습니다.

 

8. 사실조회회신

저 혼자 정보공개 했던 때와 다르게 피고 정보가 나오는 112 사고처리 내역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여전히 주소는 모르는 상황인데요.

이제 연락처(핸드폰)는 알았으니 이걸 토대로 다시 사실조회를 하면 됩니다.

 

9. 2번째 사실조회

해당 번호를 쓰는 사람이 가입자라면 (소장송달을 위해)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으로 통신 3사에 보냈어요. 가입자가 아닌 경우 답장이 빨리 오지만 맞으면

되려 며칠 늦는다고 하던데 정말 딱 한 군데가 지연되더니 우리 가입자 맞으며

주소는 뭐뭐뭐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3사로 안 나오면 알뜰로 해야 하는데 종류가 많아서 좀 골치 아프다네요)

 

10. 주소보정서

이제 공란으로 되어있던 피고 이름과 주소를 알았으니 소장을 완성시킬 수 있겠죠?

그런데 법원에서 다시 보정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왜??)

 

통신사를 통해 주소를 제공받았으나 더 정확한 파악을 위해 발급한 지

1달 이내의 피고 주민등록초본을 첨부하라는 내용이었어요.

 

당연한 거지만 타인의 초본을 제가 무턱대고 떼 달라고 할 순 없고

보정 명령서를 프린트해서 주민센터에 접수했어요.

(명령서에 이름 누구 주민등록번호 뭐뭐뭐의 초본을 떼라고 명시됨)

 

11. 당사자표시정정서

소장 작성당시엔 피고 성함을 몰라 xxx으로 표시해 놨으니 이 부분도

올바르게 고치는 정정서를 신청하면 처리됩니다.

 

12. 답변서

소장은 폐문부재로 반송된 이후 두 번째 송달 때 도달됐고 5월 8일

피고의 답변서가 등록되어 읽어보니 피해를 준건 인정하나

손해배상액(100만원)이 부당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3. 조정회부결정

그렇게 재판 기일만 잡히면 되는가 싶었는데 법원에서 본 사건을 조정하기로 결정하였어요.

그럼 진행 중인 소는 중단이 되고 별도의 사건 번호가 부여된 조정건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피고나 원고가 신청 안 해도 법원에서 판단하여 진행하기도 한다네요)

 

14. 끝

6월 21일 법원 조정실에 가보니 조정위원 두 분이 계셨는데 한분은 변호사더군요.

상황에 따라 피고 원고 모두 동석해서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저 혹은 아주머니가

잠시 나가서 기다리는 식으로 진행되었고 제가 추산한 실제 피해액인 30만원 의사를

밝힌 이후 아주머니가 수용하면서 조정되게 됩니다.

(처음 소송을 하느라 들인 노력이나 시간은 공부한셈 치고...)

 

15. 소감

전자소송인만큼 법원에 가지 않고 커뮤니티에 글 쓰듯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요.

생소한 언어들이 나와 막막한 점도 있긴 했어요. 앞서 언급한 대로 유튜브나 네이버 카페

가보면 정보가 많고요 법률적인 조언을 제외한 소송과정에 대한 설명은 법원에 전화하시면

아주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아참 소송비용은 총 6만원 정도 들었고 위 와 같은 과정을 겪은 후

환급은 8000원 정도 될 것 같네요.

 

저의 경우 피해 사실이 명확하여 피고 원고가 다툴여지 없이 얼마를 보상해 주냐의

간단한 문제였던 건 맞습니다.

 

다만 혼자서는 어렵고 변호사를 쓸만한 사건도 아니라는 이유로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많으신 거 같아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도 있듯 자기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느꼈던 우당탕탕 소송기였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